전세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가 들어와야 준다"며 보증금 반환을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은 급한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시죠. 이 글에서는 임차인이 순서대로 밟아야 할 절차를 실제 진행 흐름대로 정리했습니다.
전월세 생활 전체의 흐름(계약 → 입주 → 거주 중 → 퇴거)이 궁금하다면 세입자가 챙길 일 총정리 로드맵에서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먼저 기억할 원칙: 계약 종료 = 즉시 반환 의무
임대차 계약이 기간 만료나 적법한 해지로 끝나면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줘야 합니다. 다만 세입자가 집을 비워 주는 일과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는 일은 동시이행(서로 맞바꾸어 하는 것) 관계에 있습니다(민법 제536조 제1항, 대법원 1977. 9. 28. 선고 77다1241, 1242 전원합의체 판결). 그래서 세입자가 짐을 빼고 집을 넘겨주는 것과 동시에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새 세입자가 구해지면 준다"는 것은 집주인의 사정일 뿐, 법적으로 반환을 미룰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계약이 끝나기 전, 갱신 거절 의사는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1항) 집주인에게 명확히 밝혀 두어야 합니다. 세입자가 이때까지 알리지 않고, 집주인도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아무 통지를 하지 않으면 묵시적 갱신이 됩니다. 묵시적 갱신이 되면 임대차는 종전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보고, 기간은 2년이 됩니다. 다만 세입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끝내겠다고 통지할 수 있고, 집주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임대차가 끝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제2항).
1단계 — 내용증명으로 반환을 공식 요구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내용증명 우편 발송입니다. 법적 효력이 당장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 보증금 반환을 공식적으로 청구했다는 증거가 남습니다.
- 집주인에게 심리적 압박이 됩니다.
- 내용증명은 그 자체로 보증금 반환을 강제하지는 못하지만, 언제부터 지연손해금(늦게 준 데 대한 이자)을 셀지의 근거를 남깁니다. 다만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곧바로 지연손해금이 붙는 것은 아닙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보증금 반환과 집을 비워 주는 일은 맞바꾸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세입자가 집을 넘겨주었거나 넘겨주겠다고 제공하기 전에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늦어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세입자가 짐을 빼고 나갔더라도 그 사실을 집주인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집을 넘겨주겠다고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세입자가 이미 집을 넘겨주었거나 넘겨주겠다고 제공한 상태라면, 돌려줄 날짜를 따로 정하지 않은 경우 집주인이 반환 청구를 받은 날(내용증명 도달일)의 다음 날부터 지연손해금이 생깁니다(민법 제387조 제2항). 돌려줄 날짜가 계약 종료일로 정해져 있다면 그 다음 날부터입니다(민법 제387조 제1항). 그렇다고 지연손해금 때문에 이사를 서둘러서는 안 됩니다. 집을 비우는 것은 아래 2단계의 임차권등기가 끝난 것을 확인한 뒤여야 합니다. 지연손해금은 소장 부본(소장의 사본)이 집주인에게 송달된 날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내용증명에는 임대차 계약의 종료 사실, 반환할 보증금 액수, 반환 기한, 미이행 시 법적 조치 예정임을 적습니다.
2단계 — 이사를 가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먼저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이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임차인의 힘은 대항력(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도 세입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힘)과 우선변제권(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에서 나옵니다. 대항력은 집을 넘겨받고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날부터 생깁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이 힘을 유지하려면 그 집에 살면서 주소를 둔 상태가 이어져야 합니다. 여기에 계약서에 확정일자(그 날짜에 계약서가 있었음을 공적으로 확인해 주는 도장)까지 받으면 우선변제권이 생깁니다(같은 법 제3조의2 제2항). 짐을 빼고 전출신고를 해버리면 이 요건이 사라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잃게 됩니다. 이때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그대로 유지시켜 주는 제도가 임차권등기명령입니다.
- 관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합니다.
- 임차권등기명령은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혼자서 임차권을 등기해 둘 수 있게 한 절차입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1항). 마음 놓고 이사할 수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그 전에 이미 얻은 대항력·우선변제권은 이사하고 전출신고를 해도 그대로 유지됩니다(같은 조 제5항). 그 전에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이 없었다면 임차권등기를 마친 때에 새로 얻습니다.
- 반드시 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뒤 이사·전출하세요.
3단계 — 지급명령 또는 보증금반환청구소송
내용증명에도 집주인이 반환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로 넘어갑니다. 크게 두 갈래입니다.
| 절차 | 특징 | 적합한 경우 |
|---|---|---|
| 지급명령(독촉절차) | 빠르고 비용 저렴 | 집주인이 금액을 다투지 않을 때 |
| 보증금반환청구소송 | 정식 재판, 다툼 해결 | 집주인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툼이 있을 때 |
지급명령을 신청했는데 집주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자동으로 정식 소송으로 넘어갑니다. 승소해 확정판결을 받으면, 이를 근거로 집에 대한 강제경매를 신청해 배당을 통해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전세사기·깡통전세라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확인
집주인의 재산 상태가 나쁘거나 이미 대출·다른 임차인이 많은 '깡통전세'라면, 소송에서 이겨도 실제 회수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하는 것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예: 주택도시보증공사 HUG, SGI서울보증)입니다.
계약 당시 이 보증에 가입해 두었다면, 집주인 대신 보증기관이 보증금을 대신 지급하고, 그 돈은 나중에 보증기관이 집주인에게서 받아 냅니다. 가입 여부와 보증 조건을 먼저 확인하세요.
임차권등기명령과 조정, 어디에 무엇을 들고 가나요?
임차권등기명령은 그 집이 있는 곳을 맡은 법원에 신청합니다. 지방법원이나 그 지원, 시·군법원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신청서에는 보통 다음 자료를 붙입니다.
- 그 집의 등기사항증명서(등기부등본)
- 임대차계약서 (확정일자를 받았다면 그 계약서)
- 그 집에 살기 시작한 날과 전입신고한 날을 보여 주는 서류
신청에는 비용이 듭니다. 금액은 신청할 법원에서 확인하세요. 신청과 등기에 든 비용은 나중에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에 가기 전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길도 있습니다. 조정은 위원회가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합의를 이끌어 주는 절차입니다. 보증금을 돌려받는 문제도 조정 대상입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운영하는 위원회는 누리집(www.hldcc.or.kr)에서 방문 예약이나 온라인 신청을 받습니다. 수수료는 다투는 금액에 따라 1만 원(1억 원 미만)에서 10만 원(10억 원 이상)입니다. 소액임차인(보증금이 적어 법이 일정 금액을 먼저 돌려받게 해 주는 세입자)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집주인이 조정에 응하지 않겠다고 하면 절차가 거기서 끝납니다. 이사 날짜가 정해져 있다면 조정 신청과는 따로 임차권등기명령도 챙기세요.
| 집이 있는 지역 | 조정위원회 지부 | 전화 |
|---|---|---|
| 서울·강원 | 서울중앙 | 02-6941-3430 |
| 인천·경기 | 수원 | 031-8007-3430 |
| 대전·세종·충청 | 대전 | 042-721-3430 |
| 대구·경북 | 대구 | 053-710-3430 |
| 부산·울산·경남 | 부산 | 051-711-3430 |
| 광주·전남·전북·제주 | 광주 | 062-710-3430 |
어느 길이 맞는지 모르겠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무료 법률상담(국번 없이 132, 통화료 본인 부담)에 먼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전화로는 간단한 내용만 상담하므로, 사정이 복잡하면 계약서와 등기부등본을 챙겨 방문 상담을 예약하세요.
실무에서는 이렇게 다툽니다
절차만 놓고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분쟁은 대부분 동시이행을 둘러싼 실랑이에서 시작됩니다. 집주인은 "짐부터 빼고 열쇠를 넘겨야 준다"고 하고, 임차인은 "돈부터 받아야 나간다"고 맞서다 시간이 흘러가는 식입니다. 이때 임차인이 마음이 급해 짐을 먼저 빼고 전출신고까지 해버리면, 앞서 설명한 대항력·우선변제권을 잃어 회수 지위가 크게 흔들립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 시점과 등기 완료 확인을 소홀히 한 채 이사·전출을 서두른 탓에 지위가 약해지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으니, 이사 타이밍은 특히 신중해야 합니다.
또 하나 현실적인 문제는, 소송에서 이기는 것과 실제로 돈을 받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확정판결을 받아 강제경매까지 가더라도, 집주인에게 갚을 재산이 없거나(무자력) 선순위 근저당·다른 임차인이 앞서 있으면 배당에서 임차인에게 돌아오는 몫이 줄거나 사실상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소송 전에 집주인의 재산·등기부상 담보 상태부터 살피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용증명은 그 자체로 반환을 강제하지는 못하지만, 청구 사실과 시점을 남겨 언제부터 지연이자를 셀지의 근거를 확보하고 이후 절차의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초기에 챙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럴 때는 바로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 집주인이 잠적하거나 연락이 두절된 경우
- 집이 경매로 넘어갔거나, 근저당·다른 임차인이 많은 경우
- 보증금 액수가 크고 집주인이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
- 전세사기 정황이 의심되는 경우
이런 상황은 시간을 다투는 경우가 많아, 대항력을 잃기 전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회수 가능성을 좌우합니다.
핵심 요약
- 내용증명으로 공식 반환 요구 → 청구한 사실과 날짜를 증거로 남김
- 이사 필요 시 임차권등기명령 먼저 (등기 완료 확인 후 이사)
- 지급명령/보증금반환청구소송 → 확정판결 → 강제경매로 회수
- 위험한 계약이라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여부 확인
- 상황이 복잡하면 대항력을 잃기 전에 변호사와 조기 상담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최신 법령·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